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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문화기획팀 대학생 지원단 2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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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지 작성일16-07-15 15:49 조회8,9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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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하계 아르바이트<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 2주차 후기
-대학생지원단 김희지

 이제 20살이 된 나는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보내는 여름방학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자 안산시 하계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그리고 수많은 부서 중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에 지원했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그 당시의 기억이 아마 나를 이 부서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에 배정을 받고, 첫 날 교육을 받기 위해 세월호 합동 분향소로 향했다.

 사실 세월호 합동 분향소는 첫 방문이었다. 2014년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이곳에 방문하는 것은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그럼에도 찾은 것은 사고 당시 생겼던 트라우마와 단원고 친구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영어듣기평가가 있던 날이다. 영어듣기평가가 끝나고 난 후 나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친구에게 단원고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했고, 지금 전원 구조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사고가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게다가 전원 구조중이라는 얘기에 안심했던 탓인지 나는 그 얘기를 별 생각 없이 넘겼다. 그 날 오후에는 대학탐방을 가고, 친구들과 놀며 하루를 보냈다. 단원고 친구들은 이미 내 머릿 속에서 사라져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들리는 소식은 전원구조가 오보였다는 사실과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세월호의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많은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배가 더욱 기울고 있다는 현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쿵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세월호 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그들을 잊고, 아무런 걱정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것. 미안함과 부끄러움. 이것이 바로 나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이들에게 아픔이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이후의 시간. 사망자 명단 속에서 친구들의 이름을 찾는 아이들과 미안하다고 말하는 선생님들. 우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4월이 지나갔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 안산시 고등학생들은 고잔동에 있는 25시 광장에 모였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고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겠다고 소리치면서, 나의, 그리고 우리의 친구들을 뺏긴 울분을 함께 토해냈다. 나 역시 그 속에서 단원고 친구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잊지 않겠다고 목 놓아 소리친 지 얼마나 지났을까. 1년이 지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나는 공부를 한다고, 입시준비를 한다고 그들을 잊으며 지냈다. 가끔 세월호 팔찌와 배찌를 나눠주는 행사를 할 때, 노란리본을 매달은 친구들의 가방을 볼 때 추억할 뿐.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가슴 깊이 숨겨 놓은 채 나는 일상을 살아갔다.

 친구들을 떠나보낸 지 2년이 지난 2016년 봄.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학교를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는 광화문 광장에서, 나는 세월호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공간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 곳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유가족들을 보게 되었고, 그제야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친구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 했던 다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2016년 여름. 나는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을 통해 분향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2년만에 그 동안 숨겨 놓았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날 김종천 사무국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우리, 울고 싶을 땐 실컷 울고, 웃는 얼굴로 힘차게 다시 시작하자.”

 항상 두려워서 회피하던 나에게 용기를 준 이 곳, 416기억전시관에서 나는 문화기획팀에 소속되어 세월호 참사 관련 추모 동영상과 작품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친구들을 추억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다양한 추모 영상으로 친구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항상 회피하던 나의 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반성하기도 하고, 감사해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나는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친구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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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추모 동영상을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영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호 추모 영상, 프로젝션 맵핑 - 세월호 속 아이들]


 이 영상은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 모형에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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