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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구술기록팀 대학생 지원단 1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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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작성일16-07-12 16:53 조회8,4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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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 첫 방학을 맞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렇듯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청에 대학생 하계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아르바이트 목록을 보던 도중 세월호 사고 수습 지원단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더라도 이곳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곳. 편한 곳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고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률 9대1, 그중에서도 280중 단 14명만이 뽑히게 되는 세월호 사고 수습 지원단에 나는 배정됬다. 싫다거나, 힘들다기보다는 허탈했다. 이런 연도 있구나.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첫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됬다. 사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잊으려고 노력했던 2년 전으로 돌아가 기억을 되짚고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안산이 아닌 천안으로 한 나는 TV,휴대전화 아무것도 없이 기숙사에서 지냈었다.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과의 연락은 끊겼고 나는 천안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학년. 정확히는 4월 모의고사를 보던 도중이었다. 감독을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난데없이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그 배에 탄 학생들이 어느 학교 학생들인지도. 선생님께서 모르셨던 점 딱 하나는 전국에서 모인 우리 반 학생중 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봤는지도 모르는 시험지를 뒤로하고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께 들은 것은 구조된 몇몇 친구들의 이름 외에는 없었다. 전화를 끊고 그날 하루는 빈 교실에서 하루종일 뉴스만 봤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정보를 얻을 방법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세월호의 침몰, 해경의 구조작업, 그리고 '전원 구조'. 그제서야 살짝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오보는 늘어갔고 다시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실종자와 사망자. 인터넷을 통해 본 명단에는 분명 아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았다.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 사정을 설명하고 주말에 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단 한 명의 친구 장례식에만 갈 수 있었다. 장례식에서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알고있었으면서 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천안으로 돌아갔다. 다음에 다시 집에 왔을 때는 분향소를 찾아갔었다.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분향소에 들어갔다. 분향소에 들어가자마자 큰 스크린에 한명 한명의 사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앞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빼곡히 차있었다. 순간 발견한 친구들의 얼굴에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울면 완전히 인정하는 것 같아서. 다시는 앞에 있는 친구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억지로 감정을 억눌렀다. 분향소를 나오고, 다시 오게되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두 번은 찾아오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었다.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안산에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당시에 도시 전체가 죽은듯한 우울함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 어둠에 빠질 것 같아서.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잊으려 노력했던, 사실 잊은 척을 하고 있었던 일에 다시 연이 닿았다. 분향소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천천히, 하나하나 사진을 살폈다. 이렇게까지 다시 닿게 된 연이라면, 다시 마주할 수 밖에 없다면. 이번에는 당당히 친구들 하나하나 눈으로 마주하며 기억하자. 다시는 잊지 않도록,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고 같이 지냈던, 그 기억들과 함께 전부 품자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하루 이틀,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의 인터뷰 녹취록을 들으며 문서를 다듬었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생각도, 감정도 죽인 채 그저 듣고, 다듬었다.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혹여나 슬픈 감정에 실수하지 않도록. 언제까지고 이렇게 감정없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자주 뵈었었던 친구들의 부모님을 화면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 때에도 묵묵히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할수 있는 한은.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최선을 다해 해나갈 뿐이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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