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
페이지 정보
416기억저장소 작성일15-11-13 13:18 조회5,276회 댓글0건본문
〈아이들의 방〉展 서문
아이들의 방 ; 2014.0416 _ 2015.0416
벌써 1년이다.
세월호 참사를 직접 목격하고, 가족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온 국민이 슬픔을 함께한지 벌써 1년이다.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사라져 간지 벌써 1년이다.
진도체육관에서, 국회로, 청운동을 거쳐 계속 기다리며,
광화문에 자리 잡은지 벌써 1년이다.
그리고 1년 동안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금요일엔 돌아오겠다’며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알아야겠다고, 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되돌아 올 뿐이다.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답답한 세월이 지나고 다시 찾아 온 잔인한 사월이다.
기억해 온 사람들과 잠시 잊은 사람들, 그리고 한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다시 찾아 온 사월이다.
움츠려졌던 어깨가 펴지고 고운 꽃망울이 올라오는 봄이다.
우리 아이들만 다시 볼 수 없는 잔인한 사월이다.
벌써 1년이다. 아이들의 방은 주인을 잃었다.
빈방에는 ‘주인 잃은 침대’와 ‘주인 잃은 책상’·‘주인 잃은 교과서’·‘주인 잃은 컴퓨터’·
‘주인 잃은 인형’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행복한 일상을 정리하던, 아이들의 방은
우리에게 그들의 부재(不在)만 강력히 각인시켜주고 있다.
오늘. 희생된 아이들은 그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 찬 빈방 안에 고스라니 남아 있다.
빈 방의 흔적만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극적 참사와 잔인한 사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실재적 모습이다.
희생된 아이들에게도, 살아남은 우리에게도 참 잔인한 사월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